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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난청' 방치하면 치매 위험 5배… 청각 재활 '골든타임'은?


나이가 들며 귀가 어두워지는 것을 당연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단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넘어, 대화가 단절되고 주변과 고립되기 시작한다면 이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질환의 신호다. 특히 중증 수준의 난청을 방치할 경우 소리를 처리하는 뇌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인지 기능 감퇴는 물론 우울증과 치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보이지 않는 장애로 불리는 난청이 우리 삶의 질과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치료법은 무엇인지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삼성창원병원)의 자문을 통해 상세히 알아본다.

난청의 단계별 기준, 소리 크기와 명료도로 구분
의학적으로 난청의 정도는 순음청력검사(특정 주파수의 순수한 소리를 들려주며 청력을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중증' 난청은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보청기 없이는 소통이 어려운 고도 및 심도 난청의 범주를 포함한다. 서지원 교수는 "청력 역치(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지점)가 71~90dBHL(데시벨 청력 수준)에 해당하는 고도 난청의 경우 귀 가까이에서 크게 말해야 겨우 들을 수 있으며, 91dBHL 이상의 심도 난청은 언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난청 방치 시 치매 위험 최대 5배 증가
난청을 치료 없이 방치하면 단순히 귀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 우리 뇌는 귀를 통해 들어온 소리 신호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데, 이 신호가 약해지거나 왜곡되면 뇌는 부족한 정보를 메우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서지원 교수는 "불완전한 소리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뇌가 맥락 추정이나 읽기 보상 등에 더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면서 인지적 피로와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청력 군과 비교했을 때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이 2배, 중등도 난청은 3배, 고도 난청은 무려 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난청은 치매 유발 원인 중 우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위험 요인 중 하나"라며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의 청각 보조 장치를 사용할 경우 인지 기능장애나 치매 발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재활을 위한 순음 청력 및 어음변별력 검사
난청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지표가 핵심이다. 얼마나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지를 보는 '순음청력검사'와 소리는 들리더라도 그 뜻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는지를 측정하는 '어음변별력 검사(Word Recognition Score)'다. 서지원 교수는 "얼마나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보다, 큰 소리로 말했을 때 그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알아듣느냐가 재활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이다"라고 조언했다.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가 보청기에 적합한 상태인지, 아니면 수술적 요법인 인공와우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중증 난청 치료에서 보청기와 인공와우(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하여 소리를 전기 신호로 전달하는 장치)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청력 수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환자의 연령, 청신경 기능, 생활 방식, 그리고 재활 의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잔청(남아 있는 청력)이 비교적 있고 어음 변별력이 양호하다면 보청기를 우선 고려하지만,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 이해가 매우 제한적이라면 인공와우 수술을 권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청각 차단 기간 길어지면 위험… 적극적인 치료와 재활 중요해
인공와우 수술에는 이른바 '치료의 골든타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는 뇌의 신경 가소성(뇌세포가 자극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특성)과 관련이 깊다. 청각 자극이 오랫동안 차단되면 우리 뇌의 청각 피질은 기능을 잃거나 다른 용도로 변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서지원 교수는 "절대적인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청기로도 재활이 제한적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뇌의 소리 학습에 유리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착용한다고 해서 즉시 정상인처럼 잘 들리는 것은 아니다. 뇌가 기계를 통해 들어오는 새로운 소리 신호를 '의미 있는 언어'로 재해석하는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서 교수는 "초기에는 소리가 울리거나 왜곡되어 들려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뇌의 청각 처리 경로 재훈련을 위해서는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 착용에 그치지 않고, 언어청각치료나 보조 청취 장치를 활용한 적극적인 재활 노력이 필수적이다.

난청 막고 뇌 건강 지키는 핵심, 정기 검진과 생활 수칙
중증 난청으로의 진행을 막고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청력 검사'다. 특히 40~50대 이후에는 1~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 노화성 난청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서지원 교수는 "소음 노출을 줄이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을 관리하며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청력과 뇌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